어제 만난 그 드라이버 친구와 발리카삭과 나팔링을 예약해서 셋째날인 오늘 해당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발리카삭은 배를 타고 섬으로 이동해야 하기 때문에 돌고래떼도 보려면 06시15분에 만나야 한다고 하여 5시반에 아이들 기상을 외치고 준비를 시작했다.
막상 항구로 가니 바람이 세다며 배가 못뜬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항구로 이동했고, 우리가 타기로 한 배가 그쪽으로 이동하여 7시반정도가 되어서 배를 탔다.
돌고래는 못봤고 새벽부터 정신이 없는 와중에 30~40분 배를 타고 발리카삭 섬을 향해 조그마한 배를 타고 이동했다. 파고가 여전히 세서 롤링과 피칭이 장난이 아니었는데 특히 피칭이 세다보니 바이킹 타는 것 마냥 쿵쿵 낙하감이 컸고 튀는 바닷물에 아이들이 그게 재밌는지 꺄르르 하며 즐겁게 갔다.
난 개인적으로는 짧은영어에 안그래도 리스닝이 힘든데 가이드 친구 발음도 현지발음이 세다보니 알아듣기가 너무 어려워 약간 긴장감을 갖고 움직였다. 배를 타고서는 사실상 제대로 된 가이드가 없다보니 계속 신경을 곤두세웠던 것 같다.
발리카삭섬 근처에 도착하니 우리배와 유사한 수많은 배들이 입항해 있었다. 왠 자그마한 식당을 본부로 두고 갔다와서 먹을 점심을 시킨 후 구명조끼와 스노클링을 골랐다. 점심값이 메뉴 하나에 500페소 였는데 12,500원에 해당하는 비싼 값이었다. 발리카삭은 깡시골이었다. 돼지를 마당에 묶어 키우고 닭들은 풀어서 키웠다. 아이들은 허름한 방 한칸에 모여 티비를 보고 있었다.
거기서 다른 가이드 두명을 만나 카누같은 배를 타고 바다로 향했다. 올라타기가 힘든배였는데 바다에서 내리고 다시 올라가기도 상당히 어려웠다. 둘째, 셋째는 준비해간 작은 마스크형 스노클링을 챙겨갔는데 정작 얼굴이 작아서 그런지 물이 자꾸 셌다. 바다에는 아이들이 잘 뛰어들었는데 둘째는 물이 세서 울고 난리였다. 조류도 세서 정신이 없는데 애들도 챙기려니 여러모로 누리기는 어려웠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애엄마와 첫째는 스노클링을 잘 즐기는 것 같았는데 들어보니 애엄마 스노클링도 물이 세서 좀 잘 못누렸던 듯 하다.
그럼에도 물은 너무 맑았고 아름다웠다. 유쾌한 성격의 가이드가 고프로로 촬영을 잘 해준 덕에 사진이 잘 나왔다. 게다가 거북이를 눈앞에서 바로 스치듯 본것도 신기한 경험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오고간 시간이며, 고생, 어이없는 점심 퀄리티와 가격(거의 5만원 넘게 나옴) 등을 고려하면 발리카삭은 또 오지는 않을 것 같다.
중간에 화장실에 간 이서도 한참이나 오지 않아 잃어버린 줄 알고 찾으러 다녔는데 또 일전에 막내처럼 느릿느릿 걸어오는 모습에 안도와 황당함을 동시에 느꼈다. 타지이다보니 여러가지 걱정과 불안감을 안고 간 여행이다.
오는 배에서 다들 지쳐 쓰러졌다. 그 흔들리는 배에서 피곤한지 잘들 잤다. 하루에 왜 스노클링 일정을 두개 잡았냐며 핀잔주는 아내를 뒤로하고 나팔링으로 향했다. 차 타기 전 옷을 갈아입어야 하다보니 그것도 그거대로 불편하긴 했다.
나팔링은 사실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왠걸 나팔링이야말로 보홀 최고의 여행지였다. 맑은 수심에 심해 계곡에서 산호초까지 다양한 생태계와 환경을 갖고 있는 곳이었고 정어리 떼의 향연은 정말이지 엄처난 경험이었다. 스노클링의 성지는 바로 이곳이었다. 둘째와 셋째는 스노클링은 못했지만 바다위에 둥둥 떠서 뭐가 그리 재밌는지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나팔링은 정말 매일 하고 싶을 정도의 퀄리티였고 대단한 경험이었다. 지금 이 순간도 나팔링 사진을 제일 많이 보게 되는 듯하다.
일정을 마치고 고프로의 사진을 옮기는데도 꽤 고생을 했다. SD카드를 지참했어야 했는데 휴대폰에 옮기려다보니 1시간을 고생한듯하다. 가이드는 먼저 보내고 다행히 업체가 우리 숙소 앞이라 내가 마저 다운받고 숙소에 도착했다.
저녁에는 유명한 불쇼를 관람했다. 게리스 그릴 앞에서 19:30분경 진행하는 쇼인데 30분동안 한다. 꽤 고퀄리티였고 더운 날씨였지만 더위를 잊을만큼의 몰입도를 선사했다. 나무 칸막이 같은 게 있고 거기서 표를 파는데 인당 200, 아이는 150이었던걸로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