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아이스크림 한개를 녹기 전까지 최대한 아껴 먹듯이 '폭싹 속았수다'를 그렇게 봤다. 드라마 시청도 마음의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기에, 한번에 몰아보지 않고 마음이 준비가 되고 체력이 될때 한두편 천천히 음미하며 시청했다.
총 16부작의 드라마를 약 한달의 시간동안 마음에 숙성시키며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의 삶과 나의 삶의 시대는 다르고 그들의 애환과 나의 애환은 차이가 있지만 숙성된 시간동안 그들의 삶이 나의 삶이 되고, 내 삶이 그들의 삶이 되어갔다.
금명이가 아빠 관식의 손을 잡고 식장에 입장하기 전, '금명아, 수틀리면 빠구' 그 한마디의 금명은 참았던 눈물을 결국 오열하며 쏟아낸다. 그녀의 인생 속에 늘 키다리 아저씨처럼 든든하고 자기편이었던 아빠가 있었음을 마치 주마당처럼 깨닫고 만 것이다. 그런 아빠의 손을 떠나 새 가정을 꾸리러 가는 그녀의 마음은 아쉬움과 속상함, 미안함이 가득했을 터이다. 관식 역시 자신보다 사랑한 딸이자 보물이 자신의 품을 떠나는 길을 깊은 속에서 나오는 눈물로 축복한다.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 모르지만 금명의 결혼이후 나머지 회차는 관식이 마치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의 무쇠같은 성실함과 헌신이 차양 처럼 그동안의 줄거리 속 배경인물들의 삶속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줬고 근간이 되어주었다. 철없는 아들 은명이를 위해 자신의 인생의 전부인 배를 팔고, 아쉬운 소리 못하는 성격마저 꺾고 돈을 구걸하며 그를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내버린다. 늘 바보같은 방식으로 큰딸 금명을 묵묵히 기다려주고, 지지해주고 바라본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아버지를 위해주기는커녕 가시같은 말로 상처를주고 원망한다. 무쇠같던 관식도 점점 녹이슬고 녹아내려 마음 한 귀텅이가 무너져간다. 그럼에도 그는 끝까지 참고 헌신하고 몸이 닳도록 일하는 방식으로 사랑을 이어간다. 표현하지 않아 당장은 몰라도 뒤돌아보면 그게 참 사랑이었구나 느낄 수 있는 그런 방식의 사랑을 한다.
그런 관식에게도 마음의 감옥이 있었으니, 바로 어린나이에 세상을 떠난 동명이의 존재다. 자신의 무쇠같은 성실함으로도 지킬 수 없고 다시 볼수없는 막내 아들 동명이의 이른 죽음이 그에게는 감옥이었나보다. 수면 마취를 한 후에 가족 누구에게 말하지 못했던 마음의 절규. 바로 동명이의 이름을 되내이며 우는 그의 모습에 책임감이란 갑옷으로 온몸과 내장까지 둘러 싼채 살아온 그의 무게가 느껴졌다.
그렇게 관식은 사랑하는 첫사랑 애순과 자식들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 바쳤다. 변변한 취미 하나 없이 가족 중 가장 일찍 일어나고 손이 굽고 무릎이 만신창이가 될테까지 그는 파스 한장으로 참으며 살았다. 그는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다 내어주고 그렇게 떠났다.

출처 : 넷플릭스 공식영상
관식이라는 존재만 떠올려도 마음이 울컥하고 눈물이 났다, 며칠 째 계속 그런다. 관식의 그 삶은 너무 위대하고 동화같은 사랑이다. 대조적인 인물인 부상길이 남긴 열매는 드라마를 본 모두라면 알 것이다. 딸 셋 아빠인 나는 상길의 모습도 있고 관식으 모습도 아주 조금 있다. 관식의 열매를 보며, 아이들에게 관식이 같은 아버지가 되어야지 생각했다. 하지만 난 관식이가 될수 없었다. 조금마한 잘못에도 아이들에게 버럭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모습은 어쩔수 없는 '부상길'이었다.
오늘 사순절 예배를 드리는데 갑자기 관식이가 또 생각나며 눈물이 났다. 그랬다. 관식은 예수님과 닮았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고 모든것을 내어준 자식들에게도 상처받고 고통받았던 관식처럼, 예수님도 자신의 가장 아끼고 사랑한 우리들에게 버림받고 배신당하셨다. 그럼에도 끝까지 사랑하시고 우리의 죄를 위해 죽으셨다. 난 관식의 모습을 통해 예수님을 느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눈물이 나고 마음이 아리고 아팠던 것이다. 난 우리 딸들에게 관식이가 될수는 없는 사실을 깨달았다. 드라마를 보며 엉엉 우는 내 모습을 세 딸은 왜저라나 싶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아이들에게 관식이 같은 아버지가 되줄 수 있는 분은 예수님이다. 이 아이들이 그 사랑을 절절히 알고 금명이와 은명이처럼 통한의 눈물을 흘리게 할 수 있는 분은 주님이시다. 우리 세딸들이 그런 주님의 사랑을 이 아빠처럼 늦게 깨닫는게 아니라 조금이라도 빨리 깨닫고 더 빨리 행복했으면 좋겠다. 나도 주님의 사랑으로 관식이 같은 아빠가 조금이라도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출처 : 넷플릭스 공식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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