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
이 책은 성매매 여성으로 일했던 여성의 자기고백서이다. 어린시절부터 현재까지의 본인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담았다. 가난한 가정에서 맞벌이 하는 부모님들 틈에 외가로 보내져 지냈던 어린시절이 제일 행복하다 할 정도로 그녀는 슬픔 삶을 살았다.
아버지의 갖은 학대와 폭력, 그런 아버지를 법없이 살 사람이라며 옹호하는 어른들 앞에 어린소녀는 상처입고 자신을 지켜줄 보호막은 어디에도 없다고 상각한다.
심지어 친구 삼촌에게 당한 성추행까지 그녀는 어린소녀가 겪을 불행 종합세트를 다 겪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난 때문에 강제로 중퇴한 중학교를 뒤로하고 여공이 된 그녀는 박봉에도 가족을 위해 인내하며 일한다. 하지만 동료들과의 술자리 후 귀가길에 당한 성폭행 사건. 그 이후도 뻔뻔히 집근처까지 찾아와 저지른 재범. 지금 나이로 중학생 밖에 안될 나이에 겪은 일들이다. 이후 군인을 남친으로 사귀고 그의 아이까지 가졌지만 임신중절에 제대한 남친에게 버림까지 받는다.
여기까지도 기구하다 못해 참담한데 그녀는 친구의 소개로 나가게된 가라오케 알바를 시작으로 소위 업소녀가 된다. 룸살롱부터 유리방, 보도방 이후 티켓다방까지 살아남기 위해 당대 모든 업소를 전전하던 그녀는 업주들의 폐악한 갑질, 착취 등으로 빚만 떠앉은 채 심신이 지쳐 20여년 전 떠났던 집으로 돌아온다. 그 사이 만난 진정한 사랑도 있었고 빚을 갚아 주겠다는 남자를 통해 짧게 동거도 한다. 하지만 모두 상처와 지나간 세월들일뿐이다.
돌아온 집은 그녀를 따스하게 맞아주지 않는다. 되려 그녀의 존재를 부담스러워할 뿐이다. 절망에 빠진 채 예전 도움을 받은 여성인권센터에 문을 두드린다. 상담과 심터 생활을 통해 자신의 가시를 발견하고 오열과 마르지 않는 샘같은 눈물로 고통스러운 자신의 상처를 직면한다.
상처라고 여기지 않은 사건과 관계들, 비로소 그것이 폭행이고 폭압이며 불의한 일들이었음을 마주하며 그녀는 서서히 치유된다. 이 책의 마지막은 그녀가 일했던 전국의 업소들을 다시 찾아가며 그 아픔을 돌아보고 치유하는 여정으로 끝이 난다.
자신의 아픔과 상처를 치유하는 것을 넘어 자기와 바슷한 처지에 있던 여성들을 돕는 활동가로 진화한 그녀. 거기에 더해 2018년 전국을 휩쓴 미투운동 속에 성매매 여성의 미투를 홀로 고민한다. 돈을 받기에 구매자의 행동은 성폭력이 아닌것인가. 성매매 여성에게는 이러한 자격이 없는 것인가. 그녀는 괴로워 했다.
성매매 방지법이 생겼지만 여전히 사행성 업체들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남성들의 성욕과 그것을 통해 돈을 벌려는 업주, 그리고 돈이라는 순간의 유혹에 빠져 그 세계에 들어오는 여성. 이 고리는 끊어지지 않고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나 역시 오해하고 있던 업소 여성의 실황을 좀 더 이해하게 됐고 그들이 성노동이 아닌 악한 구조에서 착취당하고 있는 피해자일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한편으로 올해도 뉴스를 시끄럽게 한 엽기적인 아동학대 사건들도 떠오른다. 1970년대가 아닌 2020년에도 여전히 일어나고 있는 아동 학대. 학대 당한 아이들은 자신은 맞아도 되는 존재로 여기며 자존감이 낮아지고 이후 사회에서도 그런 부당한 일을 당해도 일정 부분 수용하게 된다. 모든 시작점은 가정이다. 나에게 있는 세 아이에게 나는 어떤 면에서 학대하고 있지 않는지 돌아보게 되는 부분이었다. 솔직히 세 아이를 공평하게 사랑하지 않았고 유독 예뻐하는 아이가 있다. 행동뿐만 아니라 진심까지도 골고루 나눠주는 아버지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나아가 업소 여성들에 대한 내 편견을 반성하고 바로 보고자 한다.